9월, 설레는 메일창 열기

2025. 9. 28. 14:55기록일지

"설레는 메일창 열기"

지원한 기업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지만, 첫 줄만 보고 이미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다.

'먼저 저희.. 지원해 주셔서..'

연인과 헤어지기 전 상황 같았다. 말만 꺼내지 않았지. 말하지 않아도 탈락인 걸 알 수 있었다.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뒤엎고 다시 작성한 첫 결과였다. 응답률이 전보다 좋긴 하다. 하지만 난 응답률 보다 합격률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 멀리 서 있기"

나는 주로 횡단보도 멀리 선다. 지나가는 차량 때문에  안전에 고려하기도 하지만, 도착 시간은 앞서거나 뒤서거나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신장이 길어서 그런지, 남들보다 늦게 출발해도 비슷하게 도착한다.

다음 횡단보도에서는 다들 똑같이 출발한다. 굳이 횡단보도 앞에 있을 이유가 없다. 먼저 가도 늦게 가도 똑같으면 여유롭게, 편한 대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주도로 살았다. 학사를 대신 전문학사를 얻었고 학년 마치고 가는 군대를 1학기 마치고 갔다. 군대를 빨리 갔다 와서 전공 지식을 이어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졸업 이후로 단점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학사였다면 사회로 나오는 시기를 2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었다. 입학 전에는 굳이 대학교를 4년 동안 다녀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압축으로 배우고 취업하는 길이 낫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짧았다.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았다. 대학교가 클수록 활동 가능 범위가 넓었다. 되돌아보면 큰 물에서 한 번 있어봐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했다. 기회비용보다 시간을 선택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많이 후회되지 않는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시간을 선택한 장점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반대로 선택했어도 아마 또 다른 이유로 후회했을 거다.

상황이 편해지면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경향이 있다. 도전하기 꺼려진다. 머리가 지끈거려도 시도하는 게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동원 때 든 고민, 재입대가 맞나?"

군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건지. 정신적, 육체적 힘듦을 겪고서 재입대를 생각하다니 도대체 뭔 일인가 싶다. 기업 문도 두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떠오르는 건 단기 부사관이었다.

동원 훈련 동안 생각해 봤다. 취업이 안 돼서 도피처로 가는 건지, 개발 외 다른 길을 개척하러 가는 건지. 군인은 대체 불가 인력이다. 입대하면 장기는 무조건 할 수 있다. 겪은 게 있는데 정년까지 군에 있는다?  나의 애국심으로는 절대 불가능이다. 쉬는 날에 쉬지 못하고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는 직업이다. 군경력은 잡부가 아닌 이상 기술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역하면 군경력이 인정될지 의문이다.

다 밥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취업 의문을 의문으로 해결하는 건 미래가 불확실하다. 너무 비관론적으로 보고 있나. 지금 이 길로 가면 언제 취업할지 모르겠고 부사관으로 가면 전역 후에 재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양한 경험으로 가 볼 수는 있겠다. 근데 다양한 경험 때문에 갔다 오는 게 진짜 맞나? 이런 고민을 하는 게 구직난인 방증인 듯하다.

 

먹어보니 밀가루보다 귤이 더 많았던 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