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8. 16:00ㆍ기록일지
"아무것도 안 한 주말"
지난 주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스터디 카페를 가지 않았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침대에 누워 있을수록 몸은 편안함에 길들여졌다. "할 일도 없는데 굳이 가야 할까"라는 고민 끝에 이틀간 집을 지켰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공부 외에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면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답이다.
집에만 있으면 발이 시리고, 그 차가움이 싫어 발을 내딯기조차 꺼려진다. 결국 침대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온종일 태블릿으로 영상만 보다 지겨워지면 거실에 나와 잠시 서 있다가, "아 추워"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그나마 가장 생산적인 일이 붕어빵 장사 계획이었다. 계획을 마친 뒤에도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이 탐탁지 않아 PC방으로 향했다. 지난주에 못다 한 게임을 실컷 했음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게임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더니 해가 져 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면 "취업하고서 내 주말이 이런 모습일까"하는 서늘한 예감이 들었다.
혼자 보내는 긴 시간은 큰 득이 없었다. 누구를 만나 분위기라도 환기했다면 달랐을까. 목적 없이 무의식의 흐름대로 보낸 시간은 결국 의미 없는 공허함으로 남았다.
"처음으로 밖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와 사주"
생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사주를 봤다. 크리스마스에 외출한 것도, 사주를 본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원래는 집에서 "동면" 할 계획이었으나, 필근 쌤의 프러포즈 이벤트라는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홍대로 향했다. 약속 전에 시간이 남아 사주를 보러 갔다. 휴일답게 인파가 엄청났다. 거리를 한 번 돌면서 훑어봤다. 대기 사람이 있는 곳, 문 닫은 곳, 손님이 비어 있는 곳 등등. 이 추운 칼바람을 버티기보다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내 방보다 작아 보였고, 어린 시절 부동산 복덕방 의자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며 초콜릿을 까먹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안쪽 앉은 분이 고수처럼 보였지만, 나는 문 앞 술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가볍게 타로나 볼까 했으나 타로가격이 사주하고 같아서 사주를 봤다.
술사는 내 사주팔자는 아주 좋다고 했다. 립 서비스인걸 알면서도 직접 들으니 기분은 좋았다. 다만 분석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드라마처럼 내 과거를 맞히거나 미래를 콕 집어 예언해주길 기대했던 건 나의 과한 욕심이었을까. "말을 세게 하는 걸 고쳐라"는 조언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름 생각해고 말하는데, 이건 주관적인 영역이라 판단하기 애매했다. 또 다른 내용도 있었는데 "내년에는 여자친구가 생길 거 같다, 취업될 거 같다, 큰 사고는 없을 거다" 뭐 언제, 어디서, 어떻게가 없어서 두근거리지 않았다. 1, 8월에 운이 좋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1월은 우테코 최종 결과가 나오는 달이라 그럼 다음 주에 나오는 최종 테스트 인원에 합격하는 건지 기대감이 생겼다. 8월의 행운은 우테코를 통한 취업일까 아니면 또 다른 기회일까?
사주를 본 뒤 카페에서 사주 매니아 친구가 AI로 사주를 돌려줬다. 놀랍게도 결과가 비슷했다. 술사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내 돈이 아까운 건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주는 유명한 곳이 아니라면 가벼운 재미로 즐기거나 AI로 보는 게 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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