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오감 그리고 육감

2024. 5. 30. 20:25[삶] 기록일지/2024

"과거와 다른 점"

 과거의 나는 하나를 끝내기 위해서 끈질기게 붙었다. 집작 했다는 거지.. 지금은 뭐든 흘러가도록 두고 있다. 지금도 한 번에 해결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을 때가 많다. 혼자 하는 일이면 시간을 써서라도 해결하면 되지만 타인이 관련되어 있다면 마음대로 해결할 수 없다.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면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 넒디 넓은 세상에서 과연 그런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뒤돌아보면 성향이 상황을 불러온 거 같다. 어떻게든 한 번에, 빨리 해결하려는 강박. 그 강박 때문에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아저씨의 뒷모습"

 저녁 8시, 코딩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기분 전환 겸 홈플러스에 들렸다. 호로요이가 왜이리 차가운지 주머니에 넣었다. 집에서 마실 기분에 걸음이 가벼웠다. 지하주차장 계단으로 한 아저씨가 나왔다. 지금 귀가하는 걸 보니 늦게까지 일했나 싶었다. 계속 걷는 데 가는 방향이 나와 같았다. 자연스레 아저씨를 뒷따라갔다.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먹을 거를 쥔 손이 눈에 띄었다. 왠지 공감되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 힘도 없을 만큼 하루를 버티고 집에 가는 길, 선물을 주고 상대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옛날 내 모습하고 겹쳐보였다. 마음 놓고 쉴 시간도 없이 일만으로 한 달을 보내고 집으로 올라올 때 평소 가보지 못한 레스토랑에 가족을 데려오는 기분. 아빠가 퇴근길에 빵을 사 오는 이유였을까. 어렸을 때는 좋다고 빵만 먹었지. 왜 사 오는지 몰랐다. 근데 지금은 알 거 같다. 반응이 하나의 위로였다. 
세월이 지날수록 반응이 시원찮아진다. 경험이 쌓여서 감각이 무뎌진 건가. 가끔은 아이들의 반응, 순수함이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반응이 되고 싶다.

 

"오감 그리고 육감"

 흔히 '쎄하다'로 쓰인다. 얘기하다 보면 느낌이 싸할 때가 있다. 방금 떠오른 그 생각이 정답이다. 이른 판단은 독이 될 확률이 높지만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판단은 속으로만, 예감을 대비하는 게 정신에 이롭다. 질문으로 확실하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지만 감정을 즐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떠올렸다 해도 분위기가 무너질까 봐하지 못하는 게 현실 아닐까. 아, 분위기가 아니라 내 마음이겠구나. 속으로는 지금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지 않다. 다가올 미래는 예상되지만 뭐든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는 수월하다. 시도든, 상처든 간에.

 

"두 달 준비한 정보처리산업기사 필기"

 작년에 응시자격을 잘 알아봤으면 지금 안 봤을 텐데.. 어쩌다 보니 CS 공부 할 겸 또 봤다. 확실히 기능사 보다 산업기사가 어렵다. 작년에 산업기사를 봤다면 개발자 되는 걸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시나공 교재로 하루 1~2시간, 4번 정도 돌린 거 같다. 개념위주로 나온 거 같은데 말장난이라 해야 되나, 단어만 교묘하게 바꿔서 트위스트 춘 느낌이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C, java 응용만 나오다가 처음 보는 파이썬  문법이 나왔다. 느낌 오는 대로 골랐다. 결과는 1, 2, 3 과목 합 평균  73으로 통과했다. 자격증은 60점만 넘기면 장땡이지만 CS 겸 공부한 건데 높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제 실기만 남았다. 한 번에 붙고 싶은데 부스트캠프를 하게 되면 공부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잘 안 돼도 다음에 또 보면 되긴 한데.. 한 번에 얻고 싶은 강박이랄까.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취업 준비에 너무 목 매어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어떻게든 흘러간다. 목 매기 시작하면 하루하루가 힘들어진다. 할당량만 채우고 마는 게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호수공원꽃박람회 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