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마지막 근무, 노가다 끝

2022. 7. 30. 10:05[삶] 기록일지/2022

22.07.

07.01.

방진복을 입게 됐다. 9층을 가려면 11층을 경유해서 가야 하는데 거리가 건물 끝에서 끝이다. 존나 멀다.

밖은 또 덥다. 근데 건물 안은 시원하다. 미치겠다.

07.05.

처음으로 작업대기 걸리고 교육받으러 간 날, 작업 도중 안전 관리자가 점검 도는 중에 걸렸다. 다 내려오라며 작업 대기시켰다. 사다리 접으면서 정리하는데 이게 뭔 상황인지 싶었다. 작업 못하고 눈치 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연락을 받고 교육으로 팀원 전체 출문했다. 하청 사무실에서 영상 시청하고 감상문 작성했다. 담당자 왈, 고소 작업 중에 이동하는 발판과 작업자의 위치 사이에 10cm의 차이가 난다고 작업 대기 건 거는 너무하다고 했다.

놀랐던 점은 담당자가 근로자들의 피로도를 잘 알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야간, 주말근무까지 하는데 힘들지. 쉴 시간이 없어서 힘도 없는데 안전한 작업이 될리가.. 없지

그래도 09:30 작업 대기, 10:00 교육, 10:40 입문(작업장 안 가고 게이트 앞에서 대기~), 11:00 식사로 편히 쉬었다. 일을 못(안x) 해서 눈치 보였지만 마지막 달의 좋은 경험이었다. 오후에는 아직 작업 대기가 안 풀려서 1시간 동안 놀았다. 14시부터 일했다.

07.06.
삼성에서 만나 같이 일했던 반장님을 만났다. 업계가 작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만날 정도로 작을 줄이야.. 신기했다..

07.07.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 덥고 습해서 그런지 길막하는 사람, 앞에서 천천히 가는 사람, 말투가 센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매번 속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올라온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덕인지 참고 간다. 내가 말한다 해도 또 말이 되돌아오기 때문에 허비되는 시간이 생긴다.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말 때문에 감정 소모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넘어간다. 썅.

07.10.

한 주가 시작되는 날, 달달하게 회식했다. 주최자는 소장님. 공식인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연락 받은 사람들만 온 거 같다. TBM 때 공지도 없었다. 쨌든 초대받은 게 어디냐. 우리 팀은 이모만 불참했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가고 싶은 사람만 가야지..

이번 회식은 역대급이었다. 도착하니 다들 돼지고기 먹고 있었다. 우리팀은 오직 "소"였다. 꺼내서 가져오면 된다길래 그냥 가져왔다. 도매점이라 랩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소" 너가 소인걸 어떡하냐.

이야~ 때깔부터가 다르다. 다른 테이블이 꺼무잡잡한 분홍이 돈다면 우리 테이블은 새빨간 붉은빛을 뗬다. 누가 봐도 비싸 보였다. 고기는 왜 이리 두툼한지 고급스러워서 굽는데 눈치 보였다. 등심 구울 때는 손바닥 2배 크기여서 상추로 덮었다.

야무지게 등심 먹고 있을 때 소장님이 나타났다. 현장은 고요해지고 이때부터 함부로 소를 가져올 수 없었다. 소장님이 각 테이블 마다 돌 때 우리는 이미 가져온 소를 테이블 위에 둘 수 없었다. 발 빠르게 위장용으로 돼지를 들고 왔고 때마침 우리 테이블로 소장님이 왔다. 이미 소 반 마리는 배 속으로 들어간 상태, 우리는 합법적으로 소를 먹고싶었다.

"소장님 소고기 먹어도 돼요?"

"야이 씨 뭘 그런 거 가지고, 먹어~"

흔쾌히 허락하셨다. 소고기 허가령이 선포되자 A 반장님이 바로 교환하러 가고 오는데 돼지고기 1팩이 소고기 2팩이 되어서 돌아왔다. 이때 나도 놀랐다. 심지어 소장님은 아직 우리 테이블에 계셨다.

반장님은 가져온 팩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소장님.. 이거 (가격) 괜찮은가요..?"

소장님은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부위가 맛있어~

가격은 상관없어. 즐거우면 된 거지 내가 항상 말하잖아."

이때부터 모든 테이블 리미트 해제됐다. 합법적으로 소고기 10팩 클리어했다. 밥 없이 고기로만 배를 채운적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배부르다. 18시부터 20시까지 먹었다. 아직도 배부르다. 내일 공복 허기 오질 거 같다. 너무 좋은 것만 먹어서 그런지 가족들한테 미안하긴 하다. ㅎㅎ;;


07.29.
마지막 날 야간이지만 주간근무만 하고 퇴사했다. 덥다 더워. 걸어서 사무실까지 가는데 왜이리 습하고 더운지.. 뚜벅이는 웁니다 ㅜㅡ
밸트, 안전모 반납하고 맨몸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이리 가벼운지~ 오래 전 계획을 이뤘다는 점에 기분 좋았다. 아직 월급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목표 금액을 초과했다 :) 이정도면 손 벌릴 필요는 없겠다.
다만 내가 신청한 택배가 배송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린다. 기사님이 아직 방문을 안 하셔서 숙소 문 앞에 있을 텐데 난 이미 집인 걸... 무사히 집하됐으면 좋겠다..

등-심

'[삶] 기록일지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업적: 복학  (2) 2022.10.05
8월 업적: 라섹  (0) 2022.08.22
[4/5] 돈만 벌 수 있다면 가는 노가다꾼  (0) 2022.06.25
[3/5] 할수록 마음 아픈 노가다  (0) 2022.06.05
[2/5] 삼성보단 SK 노가다지  (0) 2022.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