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나이들수록 무덤덤해진다.

2023. 12. 25. 17:45[삶] 기록일지/2023

"12월 4일"

 나이가 들어서 인지, 현실을 마주하고 있어서 그런 지 몰라도 생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는 전 날 밤에 어떤 선물을 받을지 기대되는 두근거림이 있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일상 같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공허하다. 순수함이 없어진 걸까 아님, 기대 대상이 없어진 걸까. 일 년에 한 번뿐인 날을 평범한 나날처럼 보낸다는 게.. 어쩌면 원래로 돌아온 거 아닐까 싶다. 이제 익숙해져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올해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혼자서 보낼 때가 더 많아질 거 같다. 홀로 세월을 보낸다는 게 어떨지, 두렵다.

 

"고양아람누리 무료 뮤직컬 공연"

 실기 2차 때 실용음악/공연과 촬영을 담당했는데 우리 학교 공연예술과의 실력이 궁금했다. 마침 공연일자가 곧이 었다. 심지어 일산 아람누리다. 이건 가봐야 했다. 주말에 인천대 공연을 보기 전에 우리 학교는 어떨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공연을 예매했다. 우리 학교 공연을 보는 것도 처음이고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대사 공연인줄 알았는데 뮤지컬 공연이었다.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 왜 교수님들이 실기 때 지원자들한테 노래를 시켰는지 이해됐다. 내가 보고 있던 연극은 교수가 그리고 싶었던 큰 그림이었다. 왜 지원자한테 움직임도 시켰던 걸까. 알고 보면 공연에 안무를 넣기 위함이었다. 이런 요소들이 하나씩 맞춰지다 보니 학과에 어울리는 학생, 합격할 학생의 틀이 있었다. 교수가 학과 방향성에 맞게 지원자를 주도했던 것이다.
 공연은 재미있었다. 시나리오는 매끄럽고 노래도 좋았다. 중간 사소한 음향/조명사고가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공연 중에 출연자가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데 반응하기 애매했다. 반응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확실히 객석에 바람잡이가 있어야 된다고 느꼈다. 특히 대학공연일수록, 공연보다 학생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에 공연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다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데 관람매너가 맞는지 싶었다. 클래식은 노래가 끝나도 박수를 치지 않는데 뮤지컬은 치는 것이 상충됐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람누리에서 공연을 하는 공연과 학생들이 부러웠다. 영상과라면 영화관에서 한 편씩 관람하는 건데, 언제 이런 값진 경험을 해볼까. 확실히 대학교는 교수를 잘 만나야 된다.

 

 "로션, 목도리가 싫었다."

 잔잔히 남는 끈적거리는 촉감과 사로잡힌 느낌이 싫었다. 지금은 애용하고 있다. 겨울을 넘기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해지니까 로션을 발라야 하고 추위를 버티려면 목에 무언 가를 걸쳐야 한다. 온전히 몸을 보존하려면 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아주 만족스럽다. 하지만 올해도, 옆구리는 여전히 춥다.

 

"드디어 실기합격"

 2번째 도전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합격'이라는 단어 하나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기분이 아주 좋다. 앞으로 계획대로 하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앞이 깜깜했는데 이제 앞이 보인다. 내가 세운 길을 지르밟고 가면 된다. 이번 달에 XR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산업분야에서 사용될 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알아봤다. 레벨 디자인에 관한 일자리는 거의 게임이었다, 영상 분야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일자리가 적은 만큼 대우/작업환경도 좋지 않다는 후기뿐이었다. 아직 밝지 않은 분야에 내 인생을 베팅하기에 매력적이지 않았다. 투자가 몰리고 상승세 일 때, 그때 들어가도 충분하다. 그때가 언제가 올 지도 모르고, 난 개발하고 있어야지.

 

기숙사 앞 복권집에서 1등이 나왔나보다